사랑으로 버무린 ‘삼남매표 김치’



 

사랑으로 버무린 ‘삼남매표 김치’

 

일요일, 드디어 김장담그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을 주방에 다 적절히 배치를 하고 절인 배추와 무를 주방으로 날랐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를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지민이는 양념을 떠서 작업하는 그릇에 넣어주고, 지영이는 김장 위에 무를 깔아주며, 지환이는 절인 배추를 그릇에 담아주는 등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돕는다.

효자 효녀인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배추에 양념을 직접 비벼 보고 싶다”고 해 일회용 장갑을 착용 시켜주니 아주신바람 났다. 그런데 배추에 묻히는 양념보다 손과 옷에 묻히는 양이 더 많을 듯싶다. 양념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옷에 묻히고 그야말로 난리다.

가만히 있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지만 엄마를 돕겠다고 저렇게 설쳐대니 어쩌겠는가? 빨랫감이 많아지고 청소할 일이 더 늘어 엄마 일거리가 많아져도 이럴 때는 기뻐하는 척해야겠지. 얘들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엄마는 속으로 오늘 생길 일거리를 생각하지 걱정이 태산이란다. 그러나 가슴 한 곳에서는 행복해라는 이 엄마의 알쏭달쏭한 마음을 이해하겠니?

할머니에게 드릴 김장을 챙기는 것을 보고 지민이가 “할머니 김장을 엄마가 해드리는 거야?”라고 물었다. “당연하지. 너희들도 나중에 엄마가 나이 들면 김장담아서 들고 와야 해”라고 말했더니 아이들 모두 한 목소리로 “예~”라고 합창을 한다. ‘두고 보자, 너희들 말 다 녹음해 뒀거든, 나중에 안 들고 오기만 해봐라. 흐흐흐’

저녁에는 아빠가 큰 양푼에 비빔밥을 나나ㅜ어 먹었다. 요즘 아빠의 비빔밥은 매번 인기 절정이다. 요즘은 식사기도를 하는 지민이는 오늘이 며칠 째가 됐는지 곧잘 한다. 기도가 끝나면 아이들은 “나도 비빌래.” 하면서 서로 자기 밥그릇을 경쟁적으로 아빠에게 내민다. 반찬을 이것저것 넣고 내가 상추랑 야채를 썰어놓고 감자를 푸짐하게 넣은 뒤 끓인 된장도 듬뿍 섞는다. 마지막으로 깨소금까지 더하고 골고루 비벼서 아이들 밥그릇에 덜어주면 어김없이 “음~이 맛, 역시 우리 아빠 비빔밥은 최고야!”라며 탄성을 자아낸다.

자신의 밥을 받으면 한 숟가락씩 듬뿍 떠서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어느새 다 그릇을 비운 아이들은 “더 주세요.”라며 밥그릇을 내민다. 이에 아빠는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니까”라고 뻐기면서 다 시 한 그릇씩 덜어준다.

우리 집 식탁은 항상 이렇게 넉넉하고 풍성하다.

저녁을 먹고 우리 지환이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 엄마에게 안겨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함께 보고 있는 이 순간. 지환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된다. 지환이가 안겨 있으니 공부를 일찍 끝낸 지민이와 지영이도 엄마에게 달려든다. 두 딸이 엄마에게 안마 세례를 퍼붓는다. 오늘 김장하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한 아이들의 ‘득별 효도 이벤트’다.

지환이도 질세라 안겨서 팔을 주무르고 지영이와 지민이는 내 등 뒤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안마를 한다. 이럴 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이다. 우리 아이들의 재롱으로 하루 동안의 내 피로는 싹가신다. 얘들아, 너희들이 있어 이 엄마는 행복하단다.

이렇게 행복한 우리의 시간은 지환이의 삐짐 사건으로 끝이 났다.

지환이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두 누나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더니 지환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질투심이 발동한 것이다. 요즘 지환이는 엄마에게 아무도 손도 못 대게 하면서 엄마를 독점하려 한다. 우리 욕심쟁이 막내 지환이. 그렇지만 누나들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 한단다. 아들의 말을 들어주자니 누나들이 서운해 하고, 누나들의 원대로 해주자니 아들이 삐지고 이런 난감한 일이 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우리 아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름대로 화가 단단히 났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질투의 화신 아들아, 엄마의 사랑을 누나와 골고루 나눠 가지면 안 되겠지?

 

- 위탁엄마가 경주 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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